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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WAN
2012.03.07 12:05

VOGUE KOREA - the ANGRY SPIRITS

조회 수 13978 댓글 2


the ANGRY SPIRITS

우리가 아는 가장 탁월한 트랙퀸, 헤드윅.
그 슬픈 뜨거움과 기괴한 찬가로 무장된 뮤지컬 <헤드윅>이 2009년 이후 다시 막을 올린다.
5월 어느 날부터 시작될 쇼타임을 앞두고 예열 중인 김동완과 김재욱을 만났다.
오늘이 지나면 한여름까지 성난 록스타로 살아가야 할, 두 명의 헤드윅이다.






보그 영화 <헤드윅>을 보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김동완 소수자들의 힘을 느꼈어요. 인정받지 못했을 뿐 에너지는 응집돼 있다는 것. 그 에너지가 작품을 통해서 봇물 터지듯이 터진 거죠.
김재욱 국내 개봉했을 때 극장 가서 봤어요. 음악, 의상, 스토리, 캐릭터, 편집, 모든 부분이 당시 제 취향과 완벽하게 들어맞았어요.

보그 2005년 이후 역대 헤드윅들에는 조승우, 오만석, 엄기준, 송창의, 조정석, 김수용 등이 있었죠. 뮤지컬 <헤드윅>을 본 적이 있나요?
김동완 없어요, 다행스럽게도.
김재욱 사실 별로 보고 싶단 생각을 안 했어요. 영화에 대한 애착이 강해 그 부분이 깨지는 게 싫었어요.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면 제가 지금 이 역할을 왜 하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 누군가가 저와 같은 이유로 뮤지컬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그 드랙퀸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몸의 뉘앙스와 움직임이 중요해요. 어떻게 노력하고 있나요?
김동완 <헤드윅>엔 특별히 안무 지도도 없고 즉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저 대본을 파고들고 있어요. 반면에 재욱이는 느끼고 빠져드는 스타일이에요. 집에서 치마 입고 구두 신고 다닌데요.
김재욱 그러느라 아직도 대사를 못 외우고 있습니다.

보그 인간 헤드윅의 가장 큰 매력은 뭐하고 생각하나요?
김동완 그의 낙천적인 면을 좋아해요. 사랑하는 이가 눈 앞에서 다른 연인과 떠나고, 부모에게 자식다운 대우도 못 받고, 음악적 재능을 전수해준 토미에게 버림 받고, 심지어 무대에서조차 무시 당해도 음악으로 생의 고비를 넘기면서 살아가잖아요.
김재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 마지막엔 그가 고통에서 해방되는 걸로 마무리되긴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보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자신이 그렇다고 느낀 적 있나요?
김동완 저는 이미 활동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능구렁이가 됐죠. 원래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인생이 아주 흔들릴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때 군대를 갔어요. 저는 계속 일을 하고 있는데 요즘 뭐하냐는 소리가 듣기 싫었어요. 공익 생활이 저를 치유해줬어요. 몸이 지쳤을 때 갔던 게 더 좋았어요. 관심을 안 받아도 되는 상황이 좋더라구요.
김재욱 지금 제 상황이 그와 비슷해요. 헤드윅이 그렇다는 것도 다 제 상황에 비추어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보그 <헤드윅>의 원제는 죠. 성전환 수술에 실패해서 페니스가 사라진 것도 남은 것도 아닌, 정체불명의 살덩어리 1인치만 지니게 되는 헤드윅. 만약 '1인치의 살점'만 남으면 남자로서 어떤 기분일까요?
김동완 시원하게 잘라버리고 여자로 거듭날래요. 그 1인치를 남기지 않겠어요. 아니다, 엉덩이 살을 붙여서 다시 확대시킬까?
김재욱 1인치든 5인치든, 그게 페니스가 아니잖아요. 페니스도 뭐도 아닌 살점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건데, 그럼 저도 차라리 여자의 몸이 되길 결심할 것 같아요.

보그 역할을 위해 트렌스젠더에게 자문하기도 했나요?
김동완 네. 극중에서 헤드윅이 토미의 마스터베이션을 도와주는 장면이 있어요. 우리는 누구에게 해준 적은 없단 말이에요.(웃음) 그 때의 느낌이라든가 포즈에 대해 트랜스젠더에게 조언을 받았어요.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그들이 더 연애를 하고 싶어 하고, 세상의 시선에 굳은살이 배겼을 것 같지만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았어요.
김재욱 저는 이 작품 때문에 트랜스젠터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 이상의 자세한 얘긴 아직 하고 싶지 않아요.

보그 <헤드윅>의 키워드는 '록, 열정, 결핍'이라고 생각해요. 이 세가지에 대해 하나씩 얘기해 볼게요. 두 사람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어렸을 때 밴드 음악을 지향했네요. 한 사람은 아이돌의 길을 갔고, 한 사람은 시간이 좀 걸렸지만 현재 원하던 음악을 하고 있어요. '록'과 얼마나 가까운가요?
김재욱 록은 제일 좋아하고 제일 오래 들어온 장르예요. 음악은 하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였고, 현재 밴드 월러스를 하고 있죠. 예전부터 'Angry Inch'를 비롯해서 <헤드윅>의 음악을 워낙 많이 들었어요. 그 탓에 영어 가사가 더 익숙해서 한국어 가사로 외우는 게 힘들었어요.
김동완 고등학교 때 너바나 카피 밴드를 했었답니다, 안 어울리지만. 저는 클래식 빼고 모든 장르를 고루 들어요.

보그 <헤드윅>에서는 극보다 '음악'이 훨씬 중요한가요?
김재욱 극보다 음악이 중요하다기보단, 극보다 음악에 다 담겨 있어요.
김동완 와, 재욱이 말 되게 잘한다. 1시간 40분 중에 1시간 10분이 노래예요. 극을 빼고 노래만 해도 스토리가 다 그려져요.

보그 내 안에 끓는 피 한방울까지 다 짜냈다고 느껴질 만큼 '열정'을 다한 기억이 있나요? 
김동완 사랑. 딱 한 번. 한창 바빴던 20대 때 결혼을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그녀가 해달라는 대로 다 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나한테 해줬다고 생각했죠. 어우, 난 스물여섯 그때 너무 짠해서 늙었어.
김재욱 열정을 다해 반항을 하긴 했지만 부모님한테는 그러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무 문제가 없는 집이어서 그게 콤플렉스였죠. 글쎄요, 사랑도 있었던 것 같고... 여태까지 나른하게 살진 않았는데 어쨌든 지금의 저보다 과거의 제가 훨씬 뜨거웠다는 사실만 알겠네요. 저는 지금이 가장 차가운 것 같아요. 좀 지쳤어요.

보그 어떤 '결핍'이 있나요? 때로 결핍감이 그 사람을 키우기도 하죠.
김동완 제가 대치동에서 초중고 시절을 다 보냈어요. 잘 사는 동네잖아요. 거기서 저는 제일 가난한 집에서 살았을 거예요. 친구 집에 놀러 가 저녁까지 먹고 가려고 하면 친구 엄마들이 싫어하는 걸 알아서 위축되곤 했어요. 그래서 훈련을 했어요. 친구 엄마 앞에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면서 스마트한 이미지를 풍기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서 이제는 그저 편하고 행복해요. 둥글둥글한 지금이 좋아요. 꼭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나쁜 일만 일어나지 않은 채로 유지되는 것도 괜찮은 일이에요.
김재욱 저는 형과 반대였어요. 우리집도 강남이었지만 윤택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콤플렉스를 느끼기보다 난 다른 아이들과 다른 특별한 게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 그 기운을 온몸으로 뿜어내려 했어요. 강남권을 벗어나서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을 때 강남 아이 같다는 말을 들은 것도 없고요. 어떻게 보면 집안도 평화로운 '강남 아이'이기 때문에 그렇게 모든 환경이 준비돼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게 오히려 결핍감과 연결돼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작은 노력으로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사람처럼 비쳐지기 싫었거든요.

보그 같은 역할을 서로 다른 배우가 맡는다면 비교될 수 밖에 없어요. 두 사람의 공연에 따라 관객의 색깔 자체가 다를 수도 있고요. 김동완과 김재욱의 <헤드윅>은 어떻게 다를까요?
김동완 연줄가님이 말하길, 제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 중엔 이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이 많을 거고, 재욱이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 중엔 이미 <헤드윅>을 봤던 사람이 많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 공연때는 설명을 아주 많이 해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저는 "여러분, 제가 헤드윅이에요~" 재욱이는 "나 헤드윅."
김재욱 우리가 아주 다른 스타일이라는 걸 연출가님이 알아채고 서로 다른 디렉션을 주셨어요. 제가 죽어도 못할 연기를 동완이 형은 해요. 역대 스타일 중에서 동완이 형의 <헤드윅>은 가장 친절하고 저의 <헤드윅>은 가장 불친절할 거예요. 저는 최소한의 내용만 설명합니다.

보그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치부를 능글맞고 위트 있게 툭툭 던지는 헤드윅처럼, 자신의 치부를 술자리 안주 삼을 수 있는 사람인가요?
김동완 저는 그럴 수 있어요. 사람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좋거든요. 사람들이 당황할 정도의 내 과거가 있다는게 더 좋고요. 물론 아직은 다 드러내놓고 얘기 못해요. 나이가 들어 지금보다 성공한 안정적인 연예인이 됐을 때 얘기하고 싶어요. 과거에 어떻게 살았어도 지금 이렇게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죠.
김재욱 그러기엔 저는 아직 좀 어린 것 같아요. 워낙 제 얘기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보그 자신의 여성적인 부분이 있다면요?
김동완 아줌마 같은 면이 있어요. 말 많고, 노골적인 얘기 하는 거 좋아하고, 상처나 민감한 부분을 툭툭 내보일 수 있는 그런 점.
김재욱 저는 여자와 여자 친구를 정확하게 나누거든요. 나와 같은 마음이고 이 마음이 변치 않겠구나 싶은 여자'친구'와는 스스럼없이 모든걸 다 말할 수 있어요. 그 친구들에게서 제 감정의 변화 같은 게 좀 여성스럽다는 얘길 들었어요.

보그 자신이 생각하는 여자의 섹시함이란?
김동완 여성스러움을 사랑하는 것. 여성스러운 부분을 가꾸고 지키려는 여자가 더 섹시해 보여요. 정조관념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남자들은 '우나지'에 대한 페티시가 있어요. 왜 머리를 묶을 때 드러나는 목덜미 선 있죠? 그 부분이 우나지예요. 잔털이 약간 있으면서도 정돈돼 있어야 예뻐요. 비슷한 단어로 '우나기'가 있는데 헷갈리지 마세요. '우나기'는 일본어로 장어랍니다.
김재욱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인 것보다는 분위기나 시추에이션이 중요해요. 꼭 섹슈얼한 섹시함이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상황이 자아내는 묘한 타이밍이 있잖아요. 상대가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제가 그 환경에 직접적으로 개입됐든 제3자든 간에요. 같은 남자지만 조지 클루니가 바에 앉아서 언더락을 마시는 풍경이 섹시하다는 건 알죠.

보그 <헤드윅>의 원작자이자 영화의 주연을 맡기도 했던 존 카메론 미첼을 만난다면 뭘 물어보고 싶은가요?
김동완 특별히 물어보고 싶은 건 없어요.
김재욱 그의 작품은 <헤드윅>과 <숏버스>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그래서 말보다 그저 포웅을 한번 하고 싶어요.

보그 헤드윅이 토미에게 하는 말 중에 "날 사랑한다면 나의 '이것'도 사랑해줘"라는 대사가 있죠. 연인에게 갈구했던 가장 처절하고 처연한 대사는 뭔가요?
김동완 "나를 사랑한다면 내 스케줄도 사랑해줘!"
김재욱 지금 떠올려 보니 처절하고 처연한 장면은 너무 많이 스쳐가요. 근데 사운드는 뮤트네요. 너무 오래전 일이에요.

보그 2009년 <헤드윅>이 1000회 공연을 돌파했을 때, 그때까지 <헤드윅>을 250회 이상 봤다는 관객이 있었어요. 뮤지컬 팬들은 공연을 한두번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캐스팅 된 배우들의 공연마다 여러 번 보길 즐기죠. '헤드헤즈'에게 심판 당할 준비는 돼 있나요?
김동완 우리는 평가 받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에요. 거기에 부담을 느낀다면 이 직업 못 갖죠.
김재욱 간혹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마니아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관개과 배우가 서로 존중할 필요는 있어요. 분명히.



VOGUE KOREA JUNE 2011 the ANGRY SPIRITS


Comment '2'
  • 2012.03.09 23:03
    11-05-28
    이거보고 일본의 까진(?) 학생이 생각났어. 이런 컨셉도 잘어울리는구나ㅜㅜㅜ
  • 2013.07.22 11:38
    헐 인터뷰 다 읽어봤는데 김재욱도 되게 멋있다....근데 뎅옵 발랄하게 이것저것 말하는게 너무 음성지원돼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여워ㅋㅋ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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